2017.11.15 13:22, 느림 근서

17.04.16 2017.04.17 12:49


  집에서 한참을 뒹굴다가 동네 마실을 나가자는 얘기가 나온지 어언 두 시간. 이러다 영 못 나가겠다 싶었는지 남자친구가 날 침대에서 강제 퇴출시켰다. 집을 나서서 목적지 없이 걷다보니 외대 앞까지 가게 됐는데 남자친구가 인형뽑기 앞에서 동공지진. 몇 번 서성이다가 꼬북이를 뽑겠다며 기어코 기계에 5,000원을 먹이고...

  결과는 fail. 인형뽑기기계는 순식간에 짤짤이와 남자친구의 의욕을 탕진시켰다. 
  인형뽑기 가게를 나와 외대 길거리를 서성이는데 주말 저녁이라 그런지 어린 애들이 굉장히 많았다. 어딜 가나 사람이 득실득실. 조용하고 괜찮은 술집이 있으면 들어갈까 했는데 괜히 지치기만 했다. 그냥 집에 가자며 방향을 틀었는데 남자친구가 OK숯불바비큐에서 맥주나 한 잔 하자고 해서 쉬어갈 겸 들르게 됐다. 음식을 시키고 담배를 피자며 밖으로 나갔는데 바로 앞 아파트 가격이 궁금해진 남자친구가 폰을 애타게 찾았다. 어이쿠 폰이 실종이네. 구글 폰찾기를 하려니 로그인 인증에 막히고, 팀뷰어를 쓰려니 메일이 하필 g메일. 마음이 급해져서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키고 음식은 나오기도 전에 포장하게 됐다. 다닌 길을 복기해 봐도 어디서 흘렸는지 감이 안 잡혀서 초조해하는데 남자친구가 집에 있을 거라며 태평한 태도를 보였다. 열심히 집으로 뛰어들어와 폰을 찾는데 폰님이 박스 위에 얌전히 계신 게 아닌가. 안도하는 순간에 굉장히 지쳐서 혼이 빠져나가는 기분이었다.   폰도 찾았겠다, 남자친구가 술을 사러 편의점에 가자길래 따라나가서 맥주를 골라 계산하려는데 하필 유어스에서 나온 락앤락 패키지가 남자친구 눈에 띄었다. 기분 좋은 날이니 구매를 하겠다며 덜컥 구매하는 남자친구. 집에 들어오자 마자 패키지를 열어보니 락앤락 통들이 6개, 생수 1개, 오모리김치찌개라면이 2개, 무슨 쿠폰이 한 장 들어있었다. 나쁘지 않다며 만족하고는 맥주를 마시기 시작. 

  치킨무는 치킨도 먹기 전에 내가 순삭시켰다. 오랜만에 먹는 거라 그런지 맛있다며 다 먹고 다시 가서 또 먹자는 남자친구. 맥주를 비우며 돼지고기 들어있는 오모리김치찌개라면까지 먹고나니 배 불러서 의욕이 급감해 침대에 누웠더니 내가 영 안나갈 것 같다며 막걸리를 한 병 꺼내왔다. 막걸리까지 다 마시고 유쾌하지 않은 얘기를 좀 쏟아내다가 슬립. 기분이 안 가셔서 오늘 아침까지도 계속 우울모드였다. 피곤하다. 마음 다스리는 법을 좀 배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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