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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동성제도 합헌 판결 (2015.12.16. 최고재판소 대법정 판결)

고영아범 2015. 12. 18. 15:34

헤이세이 26년(オ) 제1023호 손해배상청구사건

헤이세이 27년(2015년) 12월 16일 최고재판소 대법정 판결

平成26年(オ)第1023号 損害賠償請求事件, 平成27年12月16日 大法廷判決



주 문

 본건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상고인들의 부담으로 한다.



이 유

 상고대리인 사카키바라 후지코榊原富士子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제1 사건의 개요


1.

 본건은 상고인들이 부부가 혼인한 때에 정하는 바에 따라 부 또는 처의 성씨를 칭하도록 정한 민법 제750조의 규정(이하 '본건 규정'이라 한다.)은 헌법 제13조, 제14조 제1항, 제24조 제1항 및 제2항 등에 위반한다고 주장하고, 본건 규정을 개폐하는 입법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다는 입법부작위의 위법을 이유로 피상고인에 대하여 국가배상법 제1조 제1항에 근거하여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이다.


2.

 원심이 적법하다고 확정한 사실관계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1. 상고인 X1(성) x1(명)(호적상의 성명은 「Ax1」이다.)은 Aa와 혼인 시에 부의 성씨를 칭한다고 정하였으나, 통칭의 성씨로 「X1」을 사용하고 있다.
  2. 상고인 X2x2와 상고인X3x3은 혼인 시에 부의 성씨를 칭한다고 정하였으나, 협의상의 이혼을 하였다. 상고인들은 그 후 다시 혼인신고를 제출하였으나, 혼인 후의 성씨의 선택이 되지 아니하여 불수리되었다.
  3. 상고인 X4x4(호적상의 성명은 「Bx4」이다.)는 Bb와의 혼인 시 부의 성씨를 칭한다고 정하였으나, 통칭의 성씨로 「X4」를  사용하고 있다.
  4. 상고인 X5x5(호적상의 성명은 「Cx5」이다.)는 Cc와의 혼인 시 부의 성씨를 칭한다고 정하였으나, 통칭의 성씨로 「X5」를  사용하고 있다.



제2 상고이유 가운데 본건 규정이 헌법 제13조에 위반한다고 한 부분에 대하여


1.

 논지는 본건 규정이 헌법상의 권리로 보장된 인격권의 한 내용인 '성씨의 변경을 강제 받지 아니할 자유'를 부당하게 침해하여 헌법 제13조에 위반한다고 하는 것이다.


2.

(1) 성명은 사회적으로 보면 개인을 타인으로부터 식별하여 특정하는 기능을 가진 것이지만, 동시에 그 개인으로부터 본다면 사람이 개인으로서 존중받을 기초이고, 그 개인의 인격의 상징으로 인격권의 한 내용을 구성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最高裁昭和58년(オ) 第1311号 同63年 2月 16日 第三小法廷判決・民集42巻 2号27頁 참조).


(2) 그러나 성씨는 혼인 및 가족에 관한 법제도의 일부로서, 법률이 그 구체적인 내용을 규율하고 있는 것이므로, 성씨에 관한 상기 인격권의 내용도 헌법상 일의적으로 파악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헌법의 취지에 따라 해석할 때에 정해진 법제도를 먼저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구체적인 법제도를 분리하여 성씨가 변경되는 것 자체를 가지고 즉시 인격권을 침해하고, 위헌인지 아닌지를 논하는 것은 상당하지 아니하다.


(3) 따라서 민법에 있어서 성씨에 관한 규정을 통람通覽하면, 사람은 출생 시에 친생자[親生子, 일본 민법상 적출자摘出子]에 대하여는 부모의 성씨를, 친생자가 아닌 자에 대하여는 모의 성씨를 칭하도록 하는 것에 의하여 성씨를 취득하고(민법 제790조), 혼인 시에 부부의 일방은 타방의 성씨를 칭하도록 하는 것에 의하여 성씨가 바뀌며(본건 규정), 이혼이나 혼인의 취소 시에 혼인에 의하여 성씨를 고친 자는 혼인 전의 성씨를 회복한다(동법 제767조 제1항, 제771조, 제749조) 등이라고 규정되어 있다. 또한 양자는 입양 시에 양부모[養親]의 성씨를 칭하도록 하는 것에 의하여 성씨가 바뀌며(동법 제810조), 파양이나 입양의 취소에 의하여 입양 전의 성씨를 회복한다(동법 제816조 제1항, 제808조 제2항) 등이라고 규정되어 있다.


 이러한 규정은 성씨의 성질에 관하여, 성씨는 이름과 같이 개인의 호칭으로서의 의의가 있는 것이나 이름과는 분리된 존재로서 부부 및 그 사이의 미혼의 자나 양친과 양자가 동일한 성씨를 칭하도록 하는 것에 의하여 사회의 구성요소인 가족의 호칭으로서의 의의가 있다는 뜻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가족은 사회의 자연적이고 기초적인 집단단위이므로, 그러한 개인의 호칭의 일부인 성씨를 그 개인이 속한 집단을 상기시키는 것으로서 하나로 정하고 있는 것도 합리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4) 본건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혼인이라는 신분관계의 변동을 스스로의 의사로 선택하는 것과 함께 부부의 일방의 성씨를 고친다는 모습이 있는 것이고, 스스로의 의사와 관계없이 성씨를 고치도록 하는 것이 강제되어 있다는 것은 아니다.


 성씨는 개인의 호칭으로서의 의의가 있고, 이름과 함께 사회적으로 개인을 타인으로부터 식별하고 특정하는 기능을 가진 것이라고 한다면 스스로의 의사만으로 자유롭게 정하거나 또는 고치거나 하는 것을 인정하는 것은 본래의 성질에 따른 것이 아니고, 일정하고 통일된 기준에 따라 정하며, 또한 바꾼다고 하는 것이 부자연스러운 취급이라고 할 수 없는 점, 상기와 같이 성씨는 이름과는 분리된 존재로서 사회의 구성요소인 가족의 호칭으로서의 의의가 있는 점을 본다면 성씨가 친자관계 등 일정한 신분관계를 반영하고, 혼인을 포함한 신분관계의 변동과 함께 바뀌는 것일 수 있다는 것은 그 성질상 예정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5) 이상과 같이 현행의 법제도의 아래에서 성씨의 성질 등에 비추어 보면 혼인 시에 "성씨의 변경을 강제받지 아니할 자유"가 헌법상의 권리로서 보장되어 있는 인격권의 한 내용이라고는 할 수 없다. 본건 규정은 헌법 제13조에 위반하지 아니한다.


3.

 무엇보다도 상기와 같이 성씨가 이름과 더불어 개인을 타인으로부터 식별하고 특정하는 기능을 가진 것 이외에 사람이 개인으로서 존중되는 기초이며, 그 개인의 인격을 일체로서 보여주는 것이라는 점에 따라 성씨를 바꾸는 자에게 그에 따른, 이른바 아이덴티티의 상실감을 가진다거나, 종전의 성씨를 사용하다가 형성되어 온 타인으로부터 식별되고 특정되는 기능이 저해되는 불이익이나 개인의 신용, 평가, 명예감정 등에도 영향이 미친다는 불이익이 생길 수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고, 특히 최근에 만혼화晩婚化가 진행되고 혼인 전의 성씨를 사용하는 중에 사회적인 지위나 업적이 구축된 기간이 길어지게 되었으므로 혼인과 더불어 성씨를 고치는 것에 의하여 불이익을 입는 자가 증가하여 온 것은 쉽게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이러한 혼인 전에 구축된 개인의 신용, 평가, 명예감정 등을 혼인 후에도 유지하는 이익 등은 헌법상의 권리로서 보장된 인격권의 한 내용이라고는 할 수 없으나, 뒤에서 쓴 대로 성씨를 포함한 혼인 및 가족에 관한 법제도의 본질을 검토하면 상당히 고려해야 하는 인격적 이익이라고는 할 수 있고, 헌법 제24조에서 인정하는 입법재량의 범위를 넘는 것인가 아닌지를 검토할 때에 고려해야 할 사항이라고 생각된다.



제3 상고이유 가운데 본건 규정이 헌법 제14조 제1항에 위반한다고 한 부분에 대하여


1.

 논지는 본건 규정이 96% 이상의 부부가 부의 성씨를 선택한다는 성차별을 발생시켜 대부분 여성만 불이익을 입게 되는 효과를 가진 규정이므로, 헌법 제14조 제1항에 위반한다는 것이다.


2.

 헌법 제14조 제1항은 법 앞의 평등을 정하고 있고, 이 규정은 사안의 성질에 따라 합리적인 근거에 바탕한 것이 아닌 한, 법적으로 차별적 취급을 금지하는 취지의 규정으로 이해되어야 하는 것은 당 재판소가 설시한 바와 같다(最高裁 昭和37年(オ) 第1472号 同39年 5月 27日 大法廷判決・民集18巻 4号 676頁,最高裁 昭和45年(あ) 第1310号 同48年 4月 4日 大法廷判決・刑集27巻 3号 265頁 등).


 따라서 검토하면 본건 규정은 부부가 부 또는 처의 성씨를 칭하도록 하고 있고, 부부가 어느 쪽의 성씨를 칭할 것인가를 부부가 되고자 하는 자 사이의 협의에 맡기고 있으므로, 그 문언상 성별에 근거하여 법적으로 차별적인 취급을 정하고 있는 것은 아니며, 본건 규정이 정하는 부부동성제[夫婦同氏制] 그 자체에 남녀 간의 형식적인 불평등이 존재하지는 아니한다. 우리나라에서 부부가 되고자 하는 자 사이의 개개의 협의 결과로서 부의 성씨를 선택하는 부부가 압도적 다수를 점하고 있는 점은 인정하더라도, 그것이 본건 규정의 존재 자체에서 생기는 결과라고는 할 수 없다.


 따라서 본건 규정은 헌법 제14조 제1항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3.

 무엇보다도 성씨의 선택에 관하여 지금까지 부夫의 성씨를 선택하는 부부가 압도적 다수를 점하고 있는 상황에 비추어 보면, 그 현상이 부부가 되고자 하는 자 쌍방의 진정으로 자유로운 선택의 결과에 의한 것인가에 대하여 조심하여야 할 것이고, 가령 사회에 존재하는 차별적인 의식이나 관습에 의하여 영향이 있는 것이라면 그 영향을 배제하여 부부간에 실질적인 평등이 보장되도록 하는 것은 헌법 제14조 제1항의 취지에 따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점은 성씨를 포함한 혼인 및 가족에 관한 법제도의 존재 의의를 검토하면 마땅히 고려하여야 할 사항의 하나라고 할 수 있고, 다음에서 쓴 헌법 제24조에서 인정하는 입법재량의 범위를 넘은 것인가 하는 검토에서 마땅히 고려하여야 한다고 생각된다.



제4 상고이유 가운데 본건 규정이 헌법 제24조에 위반한다고 한 부분에 대하여


1.

 논지는 본건 규정이 부부가 되고자 하는 자의 일방이 성씨를 고치도록 하는 것을 혼인신고의 요건으로 하는 것으로 실질적인 혼인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하는 것이며, 또한 국회의 입법재량의 존재를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본건 규정은 개인의 존엄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헌법 제24조에 위반한다는 것이다.


2.

(1) 헌법 제24조는 제1항에서 “혼인은 양성兩性의 합의에 따라서만 성립하며, 부부가 동등한 권리를 가짐을 기본으로 하며, 상호의 협력으로 유지되지 않으면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이는 혼인을 할지 말지, 언제 누구와 혼인할 것인가에 대하여는 당사자 간의 자유롭고 평등한 의사결정에 맡겨야 한다는 취지를 명확하게 밝히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본건 규정은 혼인의 효력의 하나로 부부가 부 또는 처의 성씨를 칭하는 것을 정하는 것으로, 혼인을 하는 것에 대하여 직접적인 제약을 규정하는 것은 아니다. 가령 혼인 및 가족에 관한 법제도의 내용의 의미에 따르지 아니한 것을 이유로 혼인을 하지 않겠다는 것을 선택한 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가지고 직접적으로 상기 법제도를 정한 법률이 혼인을 하는 것에 대하여 헌법 제24조 제1항의 취지에 따르지 아니한 제약을 부과하는 것이라고 평가할 수는 없는 것이다. 어떤 법제도의 내용에 따라 혼인을 하는 것이 사실상 제약되고 있다는 것에 대하여는 혼인 및 가족에 관한 법제도의 내용을 정함에 있어서 국회의 입법재량의 범위를 넘어선 것인지 아닌지 검토할 때에 고려하여야 할 사항이라고 생각된다.


(2) 헌법 제24조는 제2항에서 “배우자의 선택, 재산권, 상속, 주거의 선정選定, 이혼과 혼인 및 가족에 관한 그 밖의 사항은 법률로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본질적 평등에 입각하여 제정되지 않으면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혼인 및 가족에 관한 사항은 관련한 법제도에서 그 구체적 내용이 정해진다는 것이므로, 당해 법제도의 제도 설계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는 점, 헌법 제24조 제2항은 구체적인 제도의 구축을 제1차적으로는 국회의 합리적인 입법재량에 맡긴다는 점과 함께 그 입법에 있어서 동조 제1항도 전제로 하면서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본질적 평등에 입각하여야 한다는 요청, 지침을 나타내는 것에 의하여 그 재량의 한계를 설정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헌법 제24조가 본질적으로 다양한 요소를 검토하여 이루어져야 하는 입법작용에 대하여 입법상의 요청, 지침을 명시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 요청, 지침은 단순히 헌법상의 권리로서 보장된 인격권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것이 아니며, 또한 양성의 형식적인 평등이 보장된 내용의 법률이 제정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것이 아니라 헌법상 직접 보장된 권리라고는 할 수 없는 인격적 이익까지도 존중하여야 한다는 점, 양성의 실질적인 평등이 보장되도록 하여야 한다는 점, 혼인제도의 내용에 따라 혼인을 하는 것이 사실상 부당하게 제약되지 아니하도록 하는 것 등에 대하여도 충분히 배려된 법률의 제정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이 부분에서도 입법재량에 한정적인 지침을 부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3.

(1) 다른 한편으로 혼인 및 가족에 관한 사항은 국가의 전통이나 국민감정을 포함한 사회상황에서의 다양한 요인을 포함하고 있고, 각각의 시대에 있어서 부부나 친자 관계에 대한 전체적인 규율을 고려한 종합적인 판단에 의하여 규정되어야 하는 것이다. 특히 헌법상 직접 보장된 권리라고는 할 수 없는 인격적 이익이나 실질적 평등은 그 내용으로 다양한 것이 고려되며, 그 실현의 본질적인 모습은 그때마다의 사회적 조건, 국민생활의 상황, 가족의 본질적 요소 등과의 관계에서 결정되어야 하는 것이다.


(2) 그렇다면 헌법상의 권리로서 보장된 인격권을 부당하게 침해하여 헌법 제13조에 위반하는 입법조치나 불합리한 차별을 정하여 헌법 제14조 제1항에 위반하는 입법조치를 취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점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고, 헌법 제24조의 요청, 지침에 따라 구체적으로 어떠한 입법조치를 취할 것인가의 선택결정이 상기 (1)과 같이 국회의 다방면에 걸친 검토와 판단에 맡겨져 있다는 점에서 본다면, 혼인 및 가족에 관한 법제도를 정한 법률의 규정이 헌법 제13조, 제14조 제1항에 위반하지 않는 경우에 다시금 헌법 제24조에도 적합한 것으로서 인정되는지 아닌지는 당해 법제도의 취지나 동 제도를 채용하게 된 것에 따라 생기는 영향에 바탕하여 검토하고, 당해 규정이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본질적 평등의 요청에 비추어 합리성을 잃고 국회의 입법재량의 범위를 넘어선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인가 아닌가하는 관점에서 판단하여야 한다는 점이 상당하다.


4.

 이상의 관점에서 본건 규정의 헌법 제24조 적합성에 대하여 검토한다.


(1)

가. 혼인과 더불어 부부가 동일한 성씨를 칭하는 부부동성제는 구 민법(쇼와 22년(1947) 법률 제222호에 의한 개정 전의 메이지 31년(1898) 법률 제9호)이 시행된 메이지 31년(1898)에 우리나라의 법제도로서 채용되어, 우리나라의 사회에 정착하여 온 것이다. 전기前記와 같이 성씨는 가족의 호칭으로서의 의의가 있는 바, 현행의 민법 아래에서도 가족은 사회의 자연적이고 기초적인 집단단위로 이해되며, 그 호칭을 하나로 정하는 것에는 합리성이 인정된다.


 그리고 부부가 동일한 성씨를 칭하는 것은 상기의 가족이라는 하나의 집단을 구성하는 일원이라는 점을 대외적으로 공시하고, 식별하도록 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특히 혼인의 중요한 효과로서 부부간의 자가 부부의 공동친권에 복종하는 친생자라고 하는 점, 친생자인 것을 표시하기 위하여 자가 양친 쌍방과 동일한 성씨로 구성될 것을 확보하는 것에도 일정한 의의가 있다는 점이 고려된다. 또한 가족을 구성하는 개인이 동일한 성씨를 칭하는 것에 따라 가족이라는 하나의 집단을 구성하는 일원으로 있다는 점을 실감하는 것에 의의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이해할 수 있는 바이다. 더욱이 부부동성제의 아래에서는 자의 입장으로서 어느 부모도 같은 성씨를 동일하게 가진다는 점에 의한 이익을 향유하기 쉽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전기前記와 같이 본건 규정이 정하는 부부동성제 그 자체에 남녀 간의 형식적인 불평등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고, 부부가 어느 쪽의 성씨를 칭할 것인지는 부부가 되고자 하는 자 사이의 협의에 의한 자유로운 선택에 맡기고 있다.


나. 이에 대하여 부부동성제 아래에서는 혼인과 더불어 부부가 되고자 하는 자의 일방은 반드시 성씨를 고치도록 하는 점, 혼인에 의하여 성씨를 바꾼 자에게 그에 의하여 이른바 아이덴티티의 상실감을 가진다거나 혼인 전의 성씨를 사용하는 도중에 형성된 개인의 사회적인 신용, 평가, 명예감정 등을 유지하는 것이 곤란하게 되었다는 등의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리고 성씨의 선택에 관하여 부夫의 성씨를 선택하는 부부가 압도적 다수를 점하고 있는 현상에서 본다면, 처가 되는 여성이 상기의 불이익을 받을 경우가 많은 상황이 생기고 있는 것을 추인追認할 수 있다. 또한 부부가 되고자 하는 자의 어느 한 쪽이 이러한 불이익을 받는 것을 피하기 위하여 오히려 혼인을 하지 않는다는 선택을 하는 자가 존재한다는 점도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부부동성제는 혼인 전의 성씨를 통칭通稱으로 사용하는 것까지 허락하지 않는 것은 아니고, 최근 혼인 전의 성씨를 통칭으로 사용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바, 상기의 불이익은 이러한 성씨의 통칭 사용이 확대되는 것에 의하여 일정정도 완화될 수 있는 것이다.


다. 이상의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면 본건 규정에 채용된 부부동성제가 부부가 다른 성씨를 칭하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상기와 같은 상황 아래 직접적으로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본질적 평등의 요청에 비추어 합리성을 잃은 제도라고 인정할 수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본건 규정은 헌법 제24조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2) 또한 논지로는 부부동성제를 규제라고 파악한 뒤 이에 따라서 규제의 정도가 작은, 성씨에 관계된 제도(이를테면 부부별성을 희망하는 자에 이를 가능하도록 하는 이른바 선택적 부부별성제)를 채택할 여지가 있는 점에 대한 지적을 하는 부분이 있는 바, 상기 (1)의 판단은 그러한 제도에 합리성이 없다고 단정하는 것은 아니다. 상기와 같이 부부동성제의 채용에 대하여는 친생자 제도 등 혼인제도나 성씨의 본질적 요소에 대한 사회의 인식에 의거하는 바가 적지 않고, 그러한 상황에 관한 판단을 포함하여 그러한 종류의 제도의 방향은 국회에서 논하고 판단해야 하는 사항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제5 그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하여


 논지는 헌법 제98조 제1항 위반 및 이유의 불비不備를 말하지만, 그 실질은 단순히 법령 위반을 말하는 것으로 민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 및 제2항에 규정된 사유 어느 쪽에도 해당하지 아니한다.


제6 결론


 이상에 따르면 본건 규정을 개폐하는 입법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입법부작위는 국가배상법 제1조 제1항의 적용상 위법이라고 평가되는 것은 아니다. 상고인들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할 수 있다. 논지는 인정할 수 없다.


 따라서 재판관 야마우라 요시키山浦善樹의 반대의견 외에 재판관 전원 일치의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또한 재판관 데라다 이쓰로寺田逸郎의 보충의견, 재판관 사쿠라이 류코櫻井龍子, 재판관 오카베 기요코岡部喜代子, 재판관 오니마루 가오루鬼丸かおる, 재판관 기우치 미치요시木内道祥의 각 의견이 있다.


재판관 데라다 이쓰로의 보충의견은 다음과 같다.


 오카베 재판관 및 기우치 재판관의 각 의견에서의 헌법적합성의 논의에 비추어 다수의견의 제4의 4.의 기술을 부연하는 취지로 보충적으로 이야기하고 싶다.


 본건에서 상고인들이 주장하는 것은 성씨가 같은 부부만이 아니라 성씨가 다른 부부를 법률상의 존재로서 인정하지 않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으로, 이른바 법률관계의 메뉴에 바람직한 선택지가 준비되지 아니한 것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현행 제도의 불비를 강조하는 것이지만, 그러한 주장에 대하여 헌법적합성 심사에서 재판소가 적극적으로 평가를 하는 것은 본질적인 어려움이 있다.


(1) 대개 사람끼리 어떤 연결을 가지고 생활하고, 살아가는 것은 그 사람들이 자유롭게 정하여야 함이 마땅한 일이다. 헌법에서도 그것을 제13조에 따라 뒷받침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하여 법률제도로 보면 혼인부부와 같은 형태 위에서는 두 사람 사이의 관계이더라도, 가족제도의 일부로 구성된 가까운 제3자만이 아니라 넓게 사회에 효과를 미칠 수 있는 것으로 위치지어 진다는 것이 오히려 일반적이다. 현행 민법에서도 친자관계의 성립, 상속에서의 지위, 일상생활에서 나타나는 거래상의 의무 등에 대하여 부부가 되어 있는지 아닌지에 따라 차이가 발생하는 형태의 부부관계가 규정되어 있다. 그러한 법률제도로서의 성격이나 현실로 부부, 친자 등으로 구성된 가족이 넓게 사회의 기본적 구성요소가 되어 있다는 사정 등에서 법률상의 구조로서의 혼인부부도 기타의 가족관계와 마찬가지로 사회의 구성원 일반으로부터 보더라도 그렇게 복잡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할 수 있는 규격화된 형태로 만들어져 있고, 개별 당사자의 다양한 의사에 따라 변용되는 것에 대하여는 억제하고 있다. 민사상의 법률제도로서 당사자의 의사에 의하여 법률관계를 변용시키는 것을 허용하는 것에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는 그 밖에 법인제도(회사제도)나 신탁제도 등이 있으나, 가족제도는 그들과 비교하더라도 사회 일반에 관한 정도가 큰 것이라고 고려되고 있는 것으로, 그 자세가 한층 강하다고 생각된다.


(2) 현행 민법에서 혼인은 상기와 같이 상속관계(제890조, 제900조 등),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거래관계(제761조) 등 당사자 상호의 관계에 그치지 않는 의의·효력을 가진 것이지만, 남녀 간에 인정되는 제도로서의 혼인을 특징짓는 것은 친생자 제도(제772조 이하)를 둔 것밖에 없고, 그 제도가 혼인제도의 효력으로서 가지는 의미는 매우 크다*(주). 현행 민법 아래에서는 부부 및 그 친생자가 가족관계의 기본을 이룬다고 하는 생각이 널리 퍼져있는 것도 그러한 구조의 이해에 따른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고, 이러한 혼인과 결합되어 있는 친생자의 지위를 인정하는 것은 필연적이라고 할 수는 없더라도,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사회학적으로 보더라도 불합리하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고, 헌법 제24조와의 정합성을 잃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부부의 성씨에 관한 규정은 바로 부부 각각과의 동일한 성씨를 칭하는 등의 연결을 가진 존재로서 친생자가 의의지어지고 있는 점(제790조 제1항)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고, 이는 다수의견에서도 같은 취지이다(다만, 이것만이 성씨에 관한 규정의 정합성을 근거 짓는 것은 아니라는 것도 다수의견에서 설시하고 있는 대로이다.). 복잡성을 피하고 규격화하도록 하는 요청 속에서 구조를 구성하고자 하는 경우에 법률상의 효과가 되는 기둥을 상정하고, 그것과의 정합성을 추구하며 다른 부분을 만들어나가는 것에 어떠한 불합리가 없다고 고려한다면, 그렇게 만들어진 부부 성씨의 제도를 사회의 다수가 받아들이고 있는 때에 그 원칙으로서의 위치 지어진 합리성을 의심할 여지가 그정도로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 성동일성 장애자의 성별의 취급의 특례에 관한 법률에 기초하여 남성에서의 성별의 취급의 변경 심판을 받은 자의 처의 잉태자와 적출추정 규정의 적용에 관한 最高裁 平成25年(許) 第5号 同年 12月 10日 第三小法廷決定・民集67巻 9号 1847頁에 있어서 오카다 보충의견(1852頁 이하) 참조.

친생추정·친생부인의 구조는 처에 의한 잉태 출생자는 부 스스로가 부정하지 아니하는 한 부를 부로 한다는 생각에 따른 것으로, 처가 자를 얻은 경우에 부의 의사에 반하여 다른 남성으로부터 그 자子가 스스로를 부라고 하는 자라는 뜻을 인지하고 있다는 것은 아니라는 의의를 혼인이 가지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다. 이러한 법률상의 혼인으로서의 효력의 핵심부분이라는 효과가 바로 사회적으로 넓게 받아들여진 것으로, 그에 따라 법률혼은 형태에 따른 것이라고 이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3) 가족의 법률관계에 있어서도 사람들이 요구하는 관계가 다양화하는 것에 대하여 규격화된 구조를 답답하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나타나는 것은 충분히 파악되고 있으며, 그러한 경향을 고려하여 의향에 따른 선택지를 두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하는 의견·반대의견의 입장은 그러한 점에서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사법심사라는 입장에서 현행 제도가 불합리한지 아닌지를 논함에 있어서는 상기의 경향을 그대로 긍정적인 결론으로 받아들이기에는 다소 어려운 바가 있다.


 상기와 같이 이 분야에서는 당사자의 합의를 계기로 하는 것에 의한 제도를 복잡하게 하는 것에 대하여 억제적인 역학이 작동하고 있다는 벽이 우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부부·친자의 현실의 가족으로서의 모습이 원래부터 지역 등에 따라 일정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는 가운데, 법적으로는 부부관계, 친자관계가 규격화되어 정해져왔다는 것이 지적되어 온 것이다. 여러 외국의 입법에서도 유연화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이 있지만, 어디까지나 유연화하고자 하는 것이 상당한지는 그 사회에서 받아들여지는 평가에 따르는 바가 크다. 다음으로, 선택지를 두지 않았다는 것이 불합리한가 어떤가에 대하여는 제도 전체와의 정합성이나 현실적 타당성을 고려한 뒤에야 선택지가 정하여질 것 내지는 적확한 판단을 하는 것을 바랄 수밖에 없는 바, 현행 제도의 친생자와의 관계를 전제로 하여 성씨를 다르게 하는 부부관계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에는 논의의 폭을 남기는 것을 피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이를테면 친생자의 성씨를 어떻게 하는가 등의 점에서 친생자의 구조의 정리를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를 둘러싸고는 의견이 나누어진 바가 있고(이미 헤이세이 8년(1996)의 혼인제도에 관한 법제심의회의 답신에서 자녀의 성씨의 본질을 둘러싸고 논의를 정리하는 것이 곤란해졌던 일이 있다.), 어떠한 구조를 선택지의 대상으로 검토의 도마 위에 올릴 것인가는 유동적인 요소를 지울 수 없는 것이다. 물론 현행법에서 정하는 친생자의 구조와의 연결이 혼인제도의 본질적 요소로서 필연적인 것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은 상기와 같은 바이며, 친생자의 구조와 분리시킨 새로운 제도를 구상하는 것도 생각할 수는 있지만, 이러한 것까지 고려에 넣은 뒤에 판단하게 된다면 사법의 장에서 심사의 한계를 훨씬 넘게 된다. 또한 성씨의 합리적인 방향은 그 기반이 상기와 같이 민법에 정한다고 하더라도, 다수의견에서 나타난 본질적인 성격을 감안하면서 그 사회생활 상의 의의를 감안하여 넓게 검토를 해 나가는 것으로 상당성을 늘릴 수는 있겠으나, 그러한 방향에서의 검토는 동법의 테두리를 넘어선 사회생활에 관계된 제 사정의 요소를 묻는 정책적 성격을 강하게 가지는 것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상과 같은 다기多岐에 걸친 조건 아래에서의 종합적인 검토를 염두에 둔다면, 여러 조건에 대하여 상당히 객관적으로 명백하다고 할 상황에 있는 경우라면 몰라도, 그렇다고 할 수 없는 상황 아래에서는 선택지가 두어져있지 않다는 것의 불합리를 재판의 테두리 내에서 찾기는 곤란하고, 오히려 이를 국민적 논의, 즉 민주주의적인 프로세스에 맡기는 것에 의하여 합리적인 구조의 방향을 폭 넓게 검토하여 결정하는 것이야말로 일의 성격에 맞는 해결이라고 생각한다. 선택지의 여부가 특정한 소수자의 습속習俗에 관계되어 있는 것처럼, 민주주의적인 프로세스에 의하여 공정한 검토에의 기대를 방해할 수 있는 사정도, 여기에서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혼에 있어서 혼씨속칭婚氏続称의 구조(민법 제767조 제2항, [이혼 후에도 혼인 시의 성씨를 유지하는 것])를 예로 들어 신분관계의 변동과 더불어 성씨를 바꾸지 않을 선택지가 현행법에 두어져 있다는 지적도 있으나, 이혼 후의 성씨의 합리적인 방향에 대하여 국회에서 논의가 이루어지고, 그 결과 새로운 선택지를 두어 그 구조가 법 개정에 의하여 두어졌다고 하는, 그 실현까지의 경위를 간과하여서는 아니 된다. 그야말로 문제의 성격에 대하여 상기 다수 의견의 이해가 바르다는 것을 뒷받침한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있다.


재판관 오카베 기요코의 의견은 다음과 같다.

 나는 본건 상고를 기각하여야 한다는 다수의견의 결론에는 찬성하지만, 본건 규정이 헌법에 위반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는 설시에는 동조할 수 없으므로 그 점에 관하여 의견을 기술하고 싶다.


1. 본건 규정의 헌법 제24조 적합성

(1) 본건 규정의 쇼와 22년 민법 개정시의 헌법 제24조 적합성
 다수의견이 말한 대로 성씨는 개인의 호칭으로서의 의의가 있고, 이름과 더불어 사회적으로 개인을 다른 사람으로부터 식별하고 특정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부부와 친자親子라는 신분관계는 인간사회에서 가장 기본적인 사회관계인 동시에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것으로, 그러한 관계를 표상하기 위하여 동일한 성씨라는 기호를 사용하고 있는 것은 일반적으로는 합리적인 제도로 이해된다. 사회생활 위에서 그 신분관계를 어느 정도 판단할 수 있고, 부부와 그 사이의 미성숙 자녀라는 공동생활 상의 결합을 나타내는 것도 유익하다.

 부부동성의 제도는 메이지 민법(쇼와 22년 법률 제222호에 의하여 개정되기 전의 메이지 31년 법률 제9호) 아래에서 대부분의 경우 처는 혼인에 의하여 부의 가에 들어가고, 가의 명칭인 부의 성씨를 칭하는 것에 의하여 실현되었다. 쇼와 22년 법률 제222호에 의한 민법 개정 시에도 부부와 그 사이의 미성숙 자녀라는 가족을 염두로, 처는 가정 내에서 가사육아를 맡고 있는 근대적 가족생활이 표준적인 모습으로서 인식되었고, 부의 성씨는 혼인에 의하여 변경되지 않고 처의 성씨가 부와 동일하게 되는 것에 문제가 있다고는 생각되지 아니하였다. 실제 생활에서도 부가 생계를 담당하고, 처가 그를 도와 또는 가사육아를 맡고 있는 태양態様이 많았으므로 처가 그 성씨를 변경하더라도 특히 문제를 발생시키는 일은 적었다고 할 수 있다. 본건 규정은 부부가 가에서 독립하여 각자가 독립한 법주체로서 협의하여 어느 쪽의 성씨를 칭할 것인가를 결정한다는 형식적 평등을 규정한 점에 의의가 있고, 쇼와 22년(1946)에 제정된 당시로서는 합리성이 있는 규정이었다. 따라서 본건 규정은 제정 당시에 있어서는 헌법 제24조에 적합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2) 본건 규정의 현 시점의 헌법 제24조 적합성
가. 그런데 본건 규정의 제정 후에 장기간이 경과하여 최근 여성의 사회진출은 현저히 늘어나게 되었다. 결혼 전에 일하는 여성이 증가했을 뿐만 아니라, 혼인 후에 일하는 여성도 증가하였다. 그 직업도 부夫를 돕는 가내적인 일에 그치지 않고 개인, 사회, 기관 기타와의 사이에서 독립하여 법주체로서 계약 등을 하고 일하며, 또한 사업 주체로서 경제활동을 하는 등 사회와 넓게 접촉하는 활동에 종사할 기회도 증가하여 왔다. 그러자 결혼 전의 성씨에서 혼인 후의 성씨로 변경하는 것에 의하여 당해 개인이 동일인이라고 하는 개인의 식별, 특정에 곤란을 가져오게 되는 사태가 생긴 것이다. 그래서 혼인 후에도 혼인 전의 성씨에 의하여 사회적·경제적인 상황에서 생활을 계속하고 싶다는 욕구가 높아져 왔다는 것은 공지의 사실이다. 그리고 식별곤란이라는 것은 단순히 불편한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 이를테면 혼인 전에 영업실적을 쌓은 자가 혼인 후의 성씨로 변경하게 된 것에 의하여 외관상 그 실적에 의한 평가를 받을 수 없게 될 우려가 있고, 또한 혼인 전에 특허를 취득한 자와 혼인 후에 특허를 취득한 자가 동일인이라고 인식되지 않을 우려가 있으며, 또는 논문의 연속성이 인정되지 않을 우려가 있는 등 그 업적, 실적, 성과 등의 법적 이익에 영향을 주는 상황이 될 것은 쉽게 추측할 수 있는 것이다. 성씨의 제일의적第一義的인 기능이 동일성 식별기능이라고 생각한다면, 혼인에 의하여 취득한 새로운 성씨를 사용함에 의하여 당해 개인의 동일성 식별에 지장을 미치는 것을 피하기 위하여 혼인 전의 성씨 사용을 희망하는 것에는 충분히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한 동일성 식별을 위한 혼인 전의 성씨 사용은 여성의 사회진출의 추진, 일과 가정의 양립책 등에 의하여 혼인 전으로부터 계속하여 사회생활을 보내는 여성이 증가하는 것과 함께 그 합리성과 필요성이 늘어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회의 글로벌화나 인터넷 등에서 성명이 검색할 수 있는 등의 이른바 성명 자체가 세계적으로 확대될 수 있는 사회에서는 성씨에 의한 개인 식별성의 중요성은 더욱 큰 것이며, 혼인 전부터의 성씨의 사용의 유용성, 필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가 쇼와 60년(1985)에 비준한 「여성에 대한 모든 형태의 차별철폐에 관한 협약」[女子に対するあらゆる形態の差別の撤廃に関する条約]에 근거하여 설치된 여자차별철폐위원회에서도 헤이세이 15년(2003) 이래 지속적으로 우리나라의 민법에 부부의 성씨의 선택에 관한 차별적인 법 규정이 포함되어 있는 것에 대하여 유감을 표명하고, 그 폐지를 요청한 일이 있다.

나. 다음으로 성씨는 이름과의 복합에 의하여 개인 식별의 기호로 되어있지만, 단순한 기호에 지나지 않는다. 성씨는 신분관계의 변동에 의하여 변동하는 것이므로 신분관계에 내재하는 혈연 내지는 가족, 민족, 출신지 등 당해 개인의 배경이나 속성 등을 포함한 것으로, 성씨를 변경한 일방은 이른바 아이덴티티를 잃은 것과 같은 상실감을 가지기에 이르는 것도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현실로 96%를 넘는 부부가 부의 성씨를 칭하는 혼인을 하고 있는 바에 비추어볼 때, 최근에 확대되어 온 상기의 개인 식별 기능에 대한 지장, 자기상실감 등의 부담은 거의 처에게 생기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부의 성씨를 칭하는 것은 부부가 되고자 하는 자 쌍방의 협의에 의한 것이라지만, 96%의 다수가 부의 성씨를 칭하는 것은 여성의 사회적·경제적인 입장이 약하고, 가정생활에서의 입장이 약하고, 다양한 사실상의 압력 등 여러 가지 요인이 가져오는 것이라고 할 것이고, 부夫의 성씨를 칭하는 것이 처의 의사에 바탕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 의사결정의 과정에 현실의 불평등과 역학관계가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부분에 배려를 하지 않은 채 부부 동성에 예외를 두지 않은 것은 많은 경우에 처가 될 자만이 개인의 존엄의 기초인 개인 식별 기능을 잃게 되고, 또한 자기상실감이라는 부담을 지는 것이 되어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본질적 평등에 입각한 제도라고는 할 수 없다.

다. 그리고 성씨를 고치는 것에 의하여 발생하는 상기와 같은 개인 식별 기능에의 장애, 자기상실감 등의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부부가 되고자하는 자의 어느 일방이 이러한 불이익을 받는 것을 피하고자 법률상의 혼인을 하지 아니한다는 선택을 하는 자를 낳고 있다.

 본건 규정은 혼인의 효력의 하나로서 부부가 부 또는 처의 성씨를 칭할 것을 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혼인은 호적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이를 신고하는 것에 의하여 그 효력이 생긴다고 하고(민법 제739조 제1항), 부부가 칭할 성씨는 혼인신고시의 필요적 기재사항이다(호적법 제74조 제1항). 따라서 현시점에서는 부부가 칭할 성씨를 선택하지 않으면 아니 되는 것은 혼인 성립에 불합리한 요건을 부과한 것으로서 혼인의 자유를 제약하는 것이다.

라. 다수의견은 성씨가 가족이라고 하는 사회의 자연적이고 기초적인 집단단위의 호칭이라는 것에서 그 합리성의 근거를 구하고, 성씨가 가족을 구성하는 일원이라는 것을 공시하고 식별하는 기능, 또한 그를 실감하는 것의 의의 등을 강조한다. 나도 그 점 자체에 이의를 가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는 전혀 예외를 허용하지 않는 근거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혼이나 재혼의 증가, 비혼화, 만혼화, 고령화 등에 의하여 가족형태도 다양화하고 있는 현재에 있어서 성씨가 주는 가족의 호칭이라는 의의나 기능을 그 정도로 중시할 수는 없다. 세상의 가족은 다수의견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부부와 그 사이의 친생자만을 구성원으로 하는 경우만이 아니다. 민법이 부부와 친생자를 원칙적인 가족형태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까지는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가족 이외의 형태의 가족의 출현을 법이 부정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미 가족과 성씨의 결합에는 예외가 존재하는 것이다. 또한 다수의견은 성씨를 고치는 것에 의하여 생기는 상기의 불이익은 혼인 전의 성씨의 통칭사용이 확산됨에 따라 일정 정도 완화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통칭은 편의적인 것으로, 사용의 허부許否, 허용 범위 등이 정하여진 것은 아니고, 현재 공적인 문서에는 사용할 수 없는 경우가 있는 흠결이 있는 이상 통칭명과 호적명과의 동일성이라는 새로운 문제를 야기하게 된다. 원래 통칭사용은 혼인에 의하여 변동된 성씨로는 당해 개인의 동일성 식별에 지장이 있는 것을 나타내는 증좌證左인 것이다. 이미 혼인을 주저하는 사태가 생기고 있는 현재에 있어서 상기의 불이익이 일정 정도 완화되고 있다고 하더라도 부부가 별도의 성씨를 칭하는 것을 전혀 인정하지 아니할 합리성이 인정되지는 않는다.

마. 이상과 같이 본건 규정은 쇼와 22년(1946)의 민법 개정 이후 사회의 변화와 함께 그 합리성은 서서히 흔들리고 있고, 적어도 현시점에서는 부부가 다른 성씨를 칭하는 것을 인정하지 아니한다는 점에서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본질적 평등의 요청에 비추어 합리성을 잃고, 국회의 입법재량의 범위를 넘어선 상태에 이르게 되어 헌법 제24조에 위반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2. 본건 규정을 개폐하는 입법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입법부작위의 위법에 대하여

(1) 상기와 같이 본건 규정은 적어도 현시점에서는 헌법 제24조에 위반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당 재판소나 하급심에서 본건 규정이 헌법 제24조에 적합하지 않다는 취지의 판단이 된 일은 찾을 수 없다. 또한 본건 규정에 대하여는 헤이세이 6년(1994)에 법제심의회 민법부회 신분법소위원회의 심의에 바탕한 것으로서 법무성 민사국 참사관실에 의하여 공표된 「혼인제도 등에 관한 민법개정요강시안」 및 그를 다시 검토한 뒤에 헤이세이 8년(1996)에 법제심의회가 법무대신에게 답신한 「민법의 일부를 개정하는 법률안 요강」에서는 이른바 선택적 부부별성제라는 본건 규정의 개정안이 제시되기도 했다. 그러나 동 개정안은 개인의 성씨에 대한 인격적 이익을 법제도상 보호하여야 할 시기가 도래하고 있다는 설명이 붙어 있지만, 본건 규정이 위헌이라는 것을 전제로 하여 논의된 결과 작성된 것은 아니다. 혼인 및 가족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는 그 구체적인 제도의 구축이 제1차적으로는 국회의 합리적인 입법재량에 맡겨져 있다는 뜻에 비추어 본다면, 본건 규정에 대하여 위헌의 문제가 발생한다는 사법판단이 되지 않은 상황 아래에서 본건 규정이 헌법 제24조에 위반하는 것이 명백하다고 하는 것은 곤란하다.

(2) 이상에 따르면 본건 규정은 헌법 제24조에 위반하는 것이지만, 이를 국가배상법 제1조 제1항의 적용의 관점에서 본 경우에는 헌법상 보장된 또는 보호되고 있는 권리 이익을 합리적인 이유 없이 제약하는 것으로서 헌법의 규정에 위반하는 것이 명백하다는 것에도 불구하고 국회가 정당한 이유 없이 장기에 걸쳐 개폐 등의 입법조치를 게을리하였다고 평가할 것은 아니다. 따라서 본건 입법부작위는 국가배상법 제1조 제1항의 적용상 위법의 평가를 받는 것은 아니고, 본건 상고를 기각하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바이다.


재판관 사쿠라이 류코, 재판관 오니마루 가오루는 재판관 오카베 기요코의 의견에 동조한다.

재판관 기우치 미치요의 의견은 다음과 같다.

 성명권의 인격권적 파악, 실질적 남녀평등, 혼인의 자유 등 가족에 관련한 헌법적 과제가 부부의 성씨에 관하여 어떻게 존재하는가 하는 과제를 상고인들은 제기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중요한 것이지만, 민법 제750조의 헌법 적합성이라는 점에서는 혼인에 있어서 부부동성제는 헌법 제24조에서 말하는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본질적 평등에 위반한다고 해석된다. 내가 다수의견과 의견을 달리하는 것은 이 점이며, 이하 이에 대해 기술한다.


1. 헌법 제24조의 취지
 헌법 제24조는, 동조 제1항은 혼인을 할 것인지, 언제 누구와 혼인할 것인지에 대하여는 당사자 사이의 자유롭고 평등한 의사결정에 맡겨야 한다는 것으로서, 혼인의 자유와 혼인에 있어서 부부간의 권리 평등을 정하고, 동조 제2항은 제1항을 전제로 하여 혼인 법제도의 입법 재량의 한계를 설정한 것이다.

 본건 규정은 혼인 시에 예외 없이 부부의 한쪽은 종래의 성씨를 유지하고, 다른 한쪽은 종래의 성씨를 고치도록 하는 것으로, 이는 헌법 제24조 제1항에서 말하는 혼인에 있어서 부부의 권리 평등을 해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부부의 권리 평등이 헌법상 어떠한 제약을 허용하지 않는 것은 아니므로, 문제는 부부동성제도에 의한 제약이 헌법 제24조 제2항이 허용하는 재량을 넘어섰는지 아닌지이다.

2. 성씨의 변경에 의한 이익의 침해
 혼인적령은 남 18세, 여 16세이지만 미성년자라 하더라도 혼인에 의하여 성인으로 본다고 하는 것처럼 대다수의 혼인 당사자는 이미 종래의 사회생활을 거친 사회적인 존재, 즉 사회에 누구이다 라고 인지·인식된 존재가 되어 있다.

 이러한 두 사람이 혼인이라는 결합을 선택할 때에 그 성씨 사용을 계속할 수 없게 되는 것은 그 사람의 사회생활에 있어서 극히 크나큰 제약이 된다.

 사람의 존재가 사회적으로 인식된 경우, 직업 내지 소속과 그 사람의 성씨, 또는 주거지와 그 사람의 성씨의 두 가지 요소에서 다른 사람과 구별되는 것이 통례이다.

 성씨의 변경은 본래적인 개별인식의 표상이어야 하는 성명 가운데 성씨만을 변경하는 것에 그친다고 하나, 직업 내지 소속과 성씨 또는 주거지와 성씨에 의한 인식을 전제로 하면 변경의 정도는 절반에 그치지 아니하고 변경 전의 성씨의 인물과는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없다.

 사람에게 있어 그 존재의 사회적인 인식은 지켜져야 할 중요한 이익이며, 이를 잃는 것은 중대한 이익의 침해이다. 동성제도에 의하여 성씨를 고치지 않을 수 없게 된 당사자는 그러한 이익의 침해를 입게 되는 것이다.

3. 부부동성제도의 합리성
 동성제도에 의하여 헌법상의 권리이익의 제약이 허용된 것인가 아닌가는 헌법 제24조에서 말하는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본질적 평등의 요청에 비추어, 합리성을 잃고 국회의 입법재량의 범위를 넘어섰는가 아닌가의 관점에서 판단하여야 한다는 것은 다수의견이 설시한 바와 같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문제가 되는 합리성이란 부부가 동성인 것의 합리성이 아니라, 부부동성에 예외를 허용하지 않는 것의 합리성이며, 입법재량의 합리성이라고 하는 경우 단순히 부부동성이 되는 것에 합리성이 있다고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부부동성에 예외를 허용하지 않는 것에 합리성이 있다고 하지 않으면 아니 되는 것이다.

4. 신분관계의 변동과 성씨
 민법이 채용하고 있는 신분관계의 변동과 더불어 성씨가 변한다고 하는 원칙은 그 자체가 불합리하다고는 할 수 없으나 그 원칙을 헌법이 정하고 있는 것은 아니고, 그를 혼인의 경우에 대하여도 유지하는 것 자체가 무전제로 지켜져야 할 이익이라고는 할 수는 없다.

 신분관계의 변동에 더불어 성씨가 변한다고 하는 원칙이 민법상 일관하고 있는지를 말한다면 그렇지도 않다. 이혼시의 성씨의 속칭(혼씨속칭婚氏続称)은 쇼와 51년(1976) 개정, 파양시의 성씨의 속칭은 쇼와 62년(1987) 개정에 의하여 도입된 것이지만, 이혼·파양이라는 신분관계의 변동이 있더라도 그 선택에 따라 종래의 성씨를 계속하여 사용하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이 개정에서는 각 개인의 사회적 활동이 활발해진 것과 혼인 전의 성씨에 의하여 사회생활에 있어서 자기의 동일성을 유지하여 온 자에게 있어 큰 불이익을 받는다고 하는 부부동성제도의 문제를 배경으로 한 것은 의식되고 있고, 이에는 당분간 손을 대지 아니한다고 하더라도 혼인생활의 사이에 형성된 사회적인 인식을 이혼에 의하여 잃는 불이익을 구제한다고 하는 취지였다.

5. 성씨의 법률적인 의미와 효용
 쇼와 22년 개정 전의 민법은 성씨는 “가家”로의 출입에 연동한 것이었고, “가家”로의 출입에 다양한 법률효과가 결부되었으나, 동년의 개정에 의하여 “가家”는 폐지되고, 개정 후의 현행 민법은 상속에 대하여도 친권에 대하여도 성씨에 법률효과를 부여하지 아니한다. 현행 민법이 성씨에 법률효과를 주고 있는 것은 겨우 제사에 관한 권리의 승계와의 관계에 그친다.

 그래서 동성의 효용은 가족의 일체감 등 법률효과 이외의 사항에서 구해지고 있다.

 다수의견은 개인이 동일한 성씨를 칭하는 것에 의하여 가족이라고 하는 하나의 집단을 구성하는 일원이라는 점을 실감하는 의식을 합리성의 하나의 근거로 삼지만, 이 점에 대하여 나는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다.

 가족 가운데 일원이라는 점을 실감, 부부·친자라는 점의 실감은 동성이라는 것에 의하여 생기는 것인가를, 실감을 위하여 동성이 필요한 것인가를 다시금 생각할 필요가 있다. 적어도 동성이 아니라고 부부·친자라는 점의 실감이 생기지 아니한다고는 할 수 없다.

 먼저 인간의 사회적 인식에 있어서 호칭은 통례 직업 내지 소속과 성씨, 또는 주거지와 성씨로 이루어진다고 이야기했지만, 부부·친자간의 개별인식은 성씨보다도 이름에 의하여 이루어진다. 통상 부부·친자 사이에 상대방을 성씨로 부르지는 않는다. 이는 부부·친자가 동성이어서가 아니라, 퍼스트네임[이름]으로 부르는 것이 부부·친자 관계이기 때문이고, 다른 성씨의 부부가 생기더라도 같을 것이라 생각한다.

 대외적인 공시·식별이란 두 사람이 동성이라는 점에 의하여 부부임을 사회적으로 나타내는 것, 부부간에 미성숙 자녀가 생긴 경우, 부부와 미성숙 자녀가 동성이라는 점에 의하여 부부·친자라는 점을 사회적으로 나타내는 것이다. 그러한 동성의 기능은 존재하고, 그것이 불합리하다고 말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동성이라는 것은 부부의 증명을 하는 것은 아니고 친자의 증명도 아니다. 부부라는 것, 친자라는 것을 나타낸다고 하더라도 제3자가 그렇다거나, 그렇지 않거나를 받아들이는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부부동성(나아가서는 부부·친자의 동성)이 제3자에 부부·친자가 아닐까하는 인상을 주고, 부부·친자라는 실감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는 한다. 이것이 부부동성이 가지는 이익이다.

 그러나 문제는 부부동성인 점의 합리성이 아니라, 부부동성에 예외를 허용하지 않는 것의 합리성인 것이다.

 부부동성이 가진 이익이 그러한 것에 그치는 한편, 동성이 아닌 혼인을 한 부부는 파탄하기 쉽다거나 부부간의 자녀 생육이 잘 되지 않는다고 하는 근거는 없으므로, 부부동성의 효용이라고 하는 점에서는 동성에 예외를 두지 아니할 것에 합리성이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6. 입법재량권과의 관계
 혼인 및 그와 더불어 성씨는 법률에 의하여 제도화된 이상 당연히 입법부에 재량권이 있지만, 그 재량권의 범위는 합리성을 가진 제도가 복수인 때에 어느 쪽을 선택하는가 하는 문제이다. 부부동성에 예외를 두는 제도로는 다양한 것이 있을 수 있다(헤이세이 8년의 요강에서는 하나의 제안이 있었으나, 그 전에는 복수의 안이 존재하였다.). 예외를 어떤 것으로 할 것인가는 입법부의 재량의 범위이다.

 부부동성에 예외를 허용하지 않는 점을 고치지 않고, 결혼 시에 성씨를 바꾸도록 한 것에 의하여 중대한 불이익을 받는 것을 완화하는 선택지로서 다수의견은 통칭을 들고 있다. 그러나 법제화되지 아니한 통칭은 통칭을 허용할 것인가 말 것인가가 상대방의 판단에 의할 수밖에 없고, 성씨를 고친 자에게 하나하나 상대방의 대응을 확인할 필요가 있으며, 개인의 호칭의 제도로서 큰 흠결이 있다. 다른 한편으로 통칭을 법제화한다면 전혀 새로운 성격의 성씨를 탄생시키는 것이 된다. 그 당부는 별론으로 하되, 법제화가 되지 아니한 채로 부부동성의 합리성의 근거가 될 수 없음은 당연하다.

 따라서 국회의 입법재량권을 고려하더라도 부부동성제도는 예외를 허용하지 아니한 것에 합리성이 있다고는 할 수 없고, 재량의 범위를 넘어선 것이다.

7. 자녀 육성과 부부동성
 다수의견은 부부동성에 의하여 친생자인 것이 나타나는 점, 양친과 함께 성씨를 같이 쓰는 것이 자녀의 이익이라고 한다. 이는 부부와 그 사이의 미성숙 자녀를 상정한 것이다.
부부와 그 사이의 미성숙 자녀를 사회의 기본적인 단위로 생각하는 것 자체는 틀린 것은 아니지만, 부부에게도 이별이 있고, 이혼한 부모가 혼씨속칭을 선택하지 않는다면 성씨를 다르게 하게 된다. 부부동성에 의하여 육성에 해당하는 부모가 동성인 것이 보장된 것은 초혼이 유지되어 있는 부부간의 자녀뿐이다.

 자녀의 이익의 관점에서 말하게 된다면 부부가 동성이라는 것이 미성숙 자녀의 육성에 있어서 어느 정도의 도움이 되는지를 생각해보아야 한다.

 미성숙 자녀의 양육은 사회 지속의 관점에서 중요한 일이고, 제1차적으로 부모의 권한이자 책무이지만, 그 책무를 맡은 것은 부부일 수도 있으며, 이혼한 부모일 수도 있고, 사실혼 내지 미혼의 부모일 수도 있다. 실제로 부부가 아닌 부모라 하더라도 미성숙 자녀의 양육은 충분히 이루어질 필요가 있고, 다른 한편으로 부부라 하더라도 부부간에 분쟁이 생겨 미성숙 자녀의 양육에 지장이 있는 경우도 있다.

 미성숙 자녀에 대한 양육의 책임과 의무라는 점에 있어서 부부인가 아닌가, 동성인가 아닌가는 관계가 없는 것으로서, 실질적으로 자녀의 육성을 충분히 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는 것은 지금의 시대이며, 부부가 동성인 것이 미성숙 자녀의 육성에 있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8. 본건 입법부작위의 국가배상법상의 위법성의 유무에 대하여
 본건 규정은 헌법 제24조에 위반하는 것이지만, 국가배상법 제1조 제1항의 위법성에 대하여는 헌법상 보장된 또는 보호되고 있는 권리이익을 합리적인 이유 없이 제약하는 것으로서 헌법 규정에 위반하는 것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국회가 정당한 이유 없이 장기간에 걸쳐 개폐 등의 입법조치를 게을리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는 없고, 위법성이 있다고 할 수는 없다.

재판관 야마우라 요시키의 반대의견은 다음과 같다.


 나는 다수의견과 달리 본건 규정은 헌법 제24조를 위반하고, 본건 규정을 개폐할 입법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입법부작위는 국가배상법 제1조 제1항의 적용상 위법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것이므로, 원 판결을 파기하여 손해액의 산정을 위하여 본건을 환송함이 상당하다고 생각한다. 이하에서 그 이유를 기술한다.



1. 본건 규정의 헌법 제24조 적합성

 본건 규정의 헌법 제24조 적합성에 대하여는 본건 규정이 동조에 위반하는 것이라는 오카베 재판관의 의견에 동조한다.



2. 본건 규정을 개폐하는 입법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입법부작위의 위법에 대하여


(1) 사회구조의 변화

 오카베 재판관의 의견에도 있는 것처럼 전후 여성의 사회진출은 현저해졌고, 혼인 전에 일하는 여성이 증가한 것뿐만 아니라, 혼인 후에 일하는 여성도 증가하였다. 만혼화도 진행되고, 성씨를 고치는 것에 의하여 생기는 혼인 전의 성씨를 사용하는 중에 형성되어 온 타인으로부터 식별하고 특정되는 기능이 저해되는 불이익이나 개인의 신용, 평가, 명예감정 등에도 영향이 미쳐 불이익은 상당히 커지게 되었다. 이는 헤이세이 6년에 법제심의회 민법부회 신분법소위원회의 심의에 기반한 것으로서 법무성 민사국 참사관실에 의하여 공표된 「혼인제도 등에 관한 민법개정요강시안」에서도 “……이 규정 아래에서의 혼인의 실태를 보면 압도적 대다수가 부夫의 성씨를 칭하는 혼인을 하고 있고, 법의 외관[建前]은 차치하고서라도 여성이 결혼에 의하여 성씨를 변경하는 것이 사회적 실태가 되고 있다. 이에 여성의 사회진출이 현저해 진 쇼와 50년대 이후, 주로 사회에서 활동을 영위하고 있는 여성의 측에서 여성에 있어 혼인에 의하여 개성이, 그 직업활동·사회활동에 현저한 불이익·지장을 가져오고 있으므로, (선택적) 부부별성제의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타나기에 이른 근거가 있다.”라고 기술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기前記의 우리나라에 있어서 사회구조의 변화에 의하여 더욱 커지게 된 불이익은 우리나라 정부 내에서도 인식되고 있었던 것이다.


(2) 국내에 있어서 입법의 동향

 이러한 사회구조의 변화를 받아들여 우리나라에 있어서도 이에 대응하기 위한 본건 규정의 개정을 향해 다양한 검토가 있었다.


 그 결과 상기의 「혼인제도 등에 관한 민법개정요강시안」 및 이를 다시 검토한 뒤 헤이세이 8년에 법제심의회가 법무대신에게 답신한 “민법의 일부를 개정하는 법률안 요강”에 있어서는 이른바 선택적 부부별성제라는 본건 규정의 개정안이 제시되었다.


 상기 개정안은 본건 규정이 위헌인 것을 전제로 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상기와 같이 본건 규정이 주로 여성에게 불이익·지장을 불러오고 있음을 지적하고, 그 외에 “우리나라에 있어서 최근 점점 개인의 존엄에 대한 자각이 높아진다는 점이 나타나는 상황을 고려한다면, 개인의 성씨에 대한 인격적 이익을 법제도상 보호하여야 할 시기가 도래하였다고 하더라도 틀린 것은 아니다.”, “부부가 별성을 칭하는 것이 부부·친자 관계의 본질적 이념에 반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은 이미 세계의 많은 나라에서 부부별성제가 실현되어 있다는 한 가지 점만으로도 명백해진다.”라고 설명하고 있으며, 그 배경에는 혼인 시에 부부의 일방이 성씨를 고치도록 한 본건 규정에는 인격적 이익이나 부부간의 실질적 평등의 점에 있어서 문제가 있다는 것이 명확하게 의식되어 있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상기 개정안 자체는 최종적으로 국회에 제출되는 데에는 이르지 못하였으나, 그 뒤에 같은 내용의 민법 개정안이 국회에 누차에 걸쳐 제출되어 왔고, 또한 국회에서도 선택적 부부별성제의 채용에 대한 질의를 되풀이하여 온 것이다.


 그리고 상기의 사회구조의 변화는 헤이세이 8년 이후 더욱 진행되었다고 보임에도 불구하고 현재에 있어서도 본건 규정의 개폐 조치는 취하여지지 아니하였다.


(3) 해외의 동향

 부부의 성씨에 대한 법제도에 대하여 해외의 동향에 눈을 돌려 보더라도 이하의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전제가 되는 혼인 및 가족에 관한 법제도가 다른 점이 있으나, 세계의 많은 나라에서 부부동성 이외에 부부별성이 인정되고 있다. 과거 우리나라와 같이 부부동성제를 채택하였던 독일, 태국, 스위스 등의 많은 나라들에서도 최근 별성제를 도입하였고, 현시점에서 예외를 허용하지 아니하는 부부동성제를 채택하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 이외에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우리나라가 쇼와 60년대에 비준한 “여성에 대한 모든 형태의 차별철폐에 관한 협약”에 근거하여 설치된 여자차별철폐위원회에서는 헤이세이 15년 이후 반복적으로 우리나라의 민법에 부부의 성씨 선택에 관하여 차별적인 법규정이 포함되어 있는 것에 대하여 유감을 표명하고, 그 폐지가 요청된다고 하는 데에 까지 이르렀다.


(4) 정리

 이상을 종합하면 적어도 법제심의회가 법무대신에게 “민법의 일부를 개정하는 법률안 요강”을 회답한 헤이세이 8년 이래 상당기간을 경과한 시점에서는 본건 규정이 헌법의 규정에 위반하는 것이 국회에 있어서도 명백하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헤이세이 8년에는 이미 개정안이 제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에 이르기까지 선택적 부부별성제 등을 채용하는 등의 개폐 조치는 취하여지지 아니하였다.


 따라서 본건 입법부작위는 현시점에서는 헌법상 보장된 또는 보호되고 있는 권리이익을 합리적인 이유 없이 제약하는 것으로서 헌법의 규정에 위반하는 것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국회가 정당한 이유 없이 장기에 걸쳐 개폐 등의 입법조치를 게을리하고 있는 것으로서, 국가배상법 제1조 제1항의 적용상 위법의 평가를 받는 것이다. 그리고 본건 입법부작위에 대하여는 과실의 존재도 부정할 수 없다. 이러한 본건 입법부작위의 결과 상고인들은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고 할 수 있으므로, 본건에 있어서는 상기의 위법한 본건 입법부작위를 이유로 하는 국가배상청구를 인용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재판장 재판관 데라다 이쓰로寺田逸郎

재판관 사쿠라이 류코櫻井龍子

재판관 지바 가쓰미千葉勝美

재판관 오카베 기요코岡部喜代子

재판관 오타니 다케히코大谷剛彦

재판관 오하시 마사하루大橋正春

재판관 야마우라 요시키山浦善樹

재판관 오누키 요시노부小貫芳信

재판관 오니마루 가오루鬼丸かおる

재판관 기우치 미치요시木内道祥

재판관 야마모토 쓰네유키山本庸幸

재판관 야마사키 도시미쓰山崎敏充

재판관 이케가미 마사유키池上政幸

재판관 오타니 나오토大谷直人

재판관 고이케 히로시小池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