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지라고 하는 것은 땅을 일정한 기준에 따라 나누어서 매겨 놓은 번호나 그 땅을 말한다고 한다. 법적으로는 지번이다. 지번이란 측량·수로조사 및 지적에 관한 법률에 따라 필지에 부여하는 지적공부에 등록한 번호를 말한다. 그 시행령에는 이 지번에 대하여 상세히 기술하고 있는데, 아라비아 숫자로 표기하되, 임야대장 및 임야도에 등록하는 토지의 지번은 숫자 앞에 “산”자를 붙인다거나 지번은 본번(本番)과 부번(副番)으로 구성하되, 본번과 부번 사이에 “-” 표시로 연결하며, 이 경우 “-” 표시는 “의”라고 읽는다는 등의 내용이다. 도로명 주소론자(?)에 따르면 그야말로 비합리와 혼란의 점철이겠으나, 이제는 도로명 주소가 시행됨에 따라 지번은 뒷전으로 밀리게 되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지지번은 부동산 관계문서에서 여전히 등장하고 있다. 그 가운데에서도 1번지라는 것의 상징은 어마어마하게 큰 것이어서 표준국어대사전의 용례에도 "종로 1번지"가 등장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각 동의 1번지는 어디인 것일까.


 익히 아는 세종로 1번지는 중앙청이냐(즉, 광화문이나 경복궁이냐) 푸른 지붕의 그 집이냐가 회자되는데, 중앙청 시절은 알 수 없으나 지금에는 푸른 지붕의 그 집이 1번지이고, 경복궁은 일대가 1-1번지, 흥례문과 근정문 사이가 1-91번지, 광화문과 고궁박물관 일대가 1-57번지로 되어 있다.


 종로 1번지는 어디인가. 바로 보신각을 뒤로 제치고 새로이 종로의 상징이 되었다 할 수 있는 교보생명 빌딩이다. 교보문고가 그 지하에 있는데, 쌍벽을 이루는 영풍문고의 주소는 서린동 33번지이니 양 서점의 위상이 비교(?)가 된다. 그러나 영풍문고 입구 앞 도로가는 1-1번지인 점이 또한 참고할 만하다.


 태평로1가 1번지는 청계광장이다. 무교동 1번지는 효령빌딩이고 소공동 1번지는 롯데백화점과 롯데호텔 부근이다. 혜화동은 1-1번지가 서울과학고이며, 명동1가 1-1번지는 서울YWCA회관이며 명동2가 1-1번지는 명동성당이다.


 남쪽으로 가서 여의도동 1번지가 바로 민의의 전당인 국회의사당 건물이다. 그러나 영동지구나 이런 쪽은 익히 알다시피 개발이 마구잡이로 진행되는 바람에 1번지가 애매모호해진 곳이 많아 죄다 생략한다.


 부촌이라는 성북동 1번지는 희랍대사관저이다. 계동 1번지는 중앙고등학교, 공평동 1번지는 하나빌딩(하나투어 건물이다)이며 낙원동 1번지가 바로 낙원떡집이다. 얼추 이렇듯이 1번지란 역사와 전통이 빛나는 동네에만 있는 것이다. 참고로 회기동 1번지가 경희대학교이다.


 참고로 푸른 지붕 그 집은 새주소로 청와대로 1이다. 청와大路가 아닌 청와臺路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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